인간은 삶의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인간은 삶의 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살아가며, 종종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삶을 지속해 나간다. 이는 단순히 생리적 본능이나 생존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복합적인 원동력들 때문이다. 인간이 삶의 끝을 알고 있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각기 다른 요소들이 얽혀 있는 복합적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삶에 대한 의미와 목적, 본능적인 생명력, 사랑과 관계의 중요성,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리고 현재 순간을 살아가는 능력 등에서 나온다.
1. 의미와 목적: 인간 존재의 근본적 질문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자 한다. 이는 고대 철학자들, 종교인들, 현대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오랫동안 다뤄진 주제이다. 인간이 단순히 생물학적 존재 이상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유는, 삶의 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끝이 불확실하고 때로는 불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즉,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사이의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끊임없는 탐구를 한다.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인간 존재의 가장 중요한 동기라고 말했다. 프랭클은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고통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때, 비로소 그 고통을 견디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삶의 의미가 인간이 겪는 고통의 강도를 초월할 수 있는 원동력임을 강조하였다.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 존재하는 목적을 찾을 때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느끼며, 그 목적을 위해 끝까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를테면,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부모, 사회를 위해 기여하려는 사람, 혹은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개인은 죽음이라는 현실을 앞두고도 결코 그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에서 의미와 목적은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것이다.
2. 본능과 생존 욕구: 진화적 관점
생물학적으로 보면,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은 자연선택의 결과이다. 이 본능은 생명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욕구로 나타나며, 이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이끄는 근본적인 원동력 중 하나이다.
본능은 우리가 하루하루 생존하기 위한 행동을 하도록 이끈다.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위험을 피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이 본능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은 단순히 생리적 필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아의 보존을 원하며, 정신적, 감정적 안정을 추구한다. 이는 자아를 보호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인간이 끊임없이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그의 욕구의 계층 이론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아실현이라는 최상위 욕구까지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즉,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인간은 더 높은 차원의 목표와 자아를 추구한다. 결국, 본능적으로 우리는 생존을 넘어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욕구를 갖게 된다.
3. 사랑과 관계: 타인과의 연결이 주는 힘
사랑과 관계는 인간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원동력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존재로 태어나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 감정을 교류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유대는 인간에게 정신적 안정과 감정적 충족감을 제공하며, 이는 곧 삶의 지속성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인간 존재의 핵심적인 요소로 설명했다. 그는 인간이 사랑을 통해 진정한 의미를 경험한다고 보았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유대는 인간을 더욱 살아있게 느끼게 하며, 이로 인해 삶의 고통과 어려움도 함께 나누어지고,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연인은 서로에게, 친구는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받으며, 이 과정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더욱 확고히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감정적 연결은 또한 긍정적 감정을 지속적으로 유발한다. 긍정적인 감정은 신경과학적으로도 뇌에서 쾌감을 느끼게 하며, 이는 생리적으로 생명력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사랑은 인간이 삶의 끝을 직시하면서도 여전히 살아가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4.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 변화를 믿는 마음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도 인간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변화를 믿는 존재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힘들고 불확실하더라도, 인간은 내일, 혹은 미래에는 더 나은 상황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살아간다.
토마스 모턴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은 현재를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인간이 삶을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는 "내일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는 인간의 심리적 회복력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그 자체로 큰 원동력이 된다. 현실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인간은 “지금 이 순간만으로는 모든 것이 끝날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미래로 나아가기를 선택한다.
또한 긍정적 사고나 긍정적 자기 암시를 통해 인간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꿈을 꾸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삶에 대한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제공한다.
5. 현재 순간을 살아가는 능력: 순간의 중요성
인간이 삶의 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또 다른 원동력은 바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며, 그 속에서 기쁨을 찾고 의미를 부여한다.
몽테뉴는 *“우리가 죽음에 대해 걱정하는 것만큼 삶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와 불가피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삶을 지속하는 중요한 방식임을 의미한다.
삶의 끝을 알면서도 인간은 그 끝을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소소한 일상 속에서 기쁨을 나누는 것, 나만의 취미에 몰두하는 것 등은 모두 현재 순간을 살아가는 행위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고통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결론
결국, 인간이 삶의 끝을 알고 있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삶에 대한 깊은 의미 추구, 본능적인 생명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능력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결과이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보다 더 강한 이유들로 삶을 선택하고 지속해 나간다. 죽음을 받아들이되, 삶의 깊이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